저는 중견기업을 2년 반~3년 정도 다니다가 퇴사 후,
더 나은 곳으로 다행히 이직을 성공한 MZ 세대입니다.
제가 이직을 하게 된 주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회식'이었습니다.
업무도 아닌 이런 회식 모임이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네요.
그래서, 한국 회식 문화를 극히 싫어하는 관점에서 작성한, 주관적인 글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입사&취업 전 회식에 대한 생각
취업하기 전에는, 회식에 대해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미생에 나온 것처럼....
팀원끼리 돈독한 술자리로, 서로 으쌰 으쌰 해서 격려하고 응원하는 그런 분위기? 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죠.
술을 즐겨먹지는 않지만, 체질적으로 아예 못 먹는 수준은 아니라, 큰 거부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취직을 하기 전에는, 저도 하루빨리 취업을 해서, 동료들이나 팀원들과 같이 회식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희망과 동기를 마음에 품고, 열심히 취직을 위해 노력했었죠.
하지만, 뭐든지 실제로 겪어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제가 가지고 있던 환상은 직장을 다닌 2~3년 동안 다 산산조각 나고, 오히려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1. 단합이 아닌, 일방적인 대화 시간
항상 회식은 '단합'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죠? 궁금해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단합: 많은 사람이 마음과 힘을 한데 뭉치다
하지만 실제 회식에서는 마음을 한 곳으로 뭉치기는커녕,
그저 상급자(팀장, 임원)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식은 보통 팀이나 부서 전체가 가기 때문에,
회식 자리에는 보통 동기들이 아닌, 전부 여러분의 상급자분들이 계실 겁니다.
여기에서 보통 임원이나 팀장만이 80~90%의 말을 하고, 나머지는 듣기만 합니다.
(물론 돈독한 팀도 있겠죠... 그냥 저희 회사는 그랬습니다)
다른 분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할 테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살펴본 결과,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너무 많은 회식을 이제껏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다
-본인들도 회식이 싫기 때문에, 앉아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가, 팀장이나 임원에게 거슬리면 회사생활이 힘들어지니 형식적인 이야기만 한다
-혹여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나는 이야기를 하면, 팀장은 그 팀원을 해당 주제로 몇 년간 놀려먹더군요 (배려심 제로)
회식은 결국 팀장이나 임원이 일방적으로 본인들의 이야기를하는, 가벼운 농담이 섞인 '업무 회의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회사의 임원분들은 회의에서 못한 이야기들을 회식자리까지 끌고 와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임원이나 팀장만이 본인의 이야기들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국어 듣기 시험' 마냥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매우 지루하고 따분한 '교양 강의'처럼 느껴졌습니다.
2. 죽어도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
결국 회식은 알코올 중독자에 가까운 상사분들이 개최하는 소모임 수준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죽어도 술을 먹어야 하는 분들이더군요.
회식을 주체적으로 개최하는 상급자들은 전부 알콜 중독자 수준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소주 한 병 이상 먹지 않으면, 죽는 것 마냥 말하더군요.
이분들의 특징은, 절대 절대 '혼자서'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최소 1명의 상대방과 함께 하려고 하더군요.
결국 이런 자리는 막내가 가기 마련입니다.
다른 팀원들은 약속이 있다며 슬쩍 피해 가고, 남은 막내들만 비위를 맞추기 위해 끌려가더군요....
코시국.... 코로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내심 코로나 덕분에 회식이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물론 처음 코로나 사태일 때는 회식을 하지 않았으나,
코로나가 2~3달 지속될 때쯤에는, 결국 이 알코올 중독자들이 어떻게든 술판을 벌이더군요.....
-10시까지 1차를 달리고, 2차는 술과 안주를 회사 회의실로 사 가지고 와서, 마이크와 함께 음주가무
-편의점 앞의 테이프로 막아놓은 자리에서 노상 까기
-임원 본인의 자택으로 초대해서(기러기 아빠), 다 같이 술판 벌이기
회사 내 한 명만 코로나에 걸려도, 회사와 동료들에게 큰 피해를 줄텐데,
정말 술 못 먹으면 죽는 것 마냥, 어떻게든 술을 먹어대는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했습니다.
3. 회식으로 서로 쌓인 것을 푼다?
흔히들, 회식으로 서로 쌓인 오해나 힘든 점들을 풀어가며 더 돈독해진다고 하죠.
-> 물론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돈독한 사람도 몇십 명 중 1~2명 존재하긴 합니다.
->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이렇게 쌓인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회식 이후 뒤끝을 발휘하는 대단한 분들
마치 처음에 군대와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상급자에게 서운한 점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술에 취해 있더라도, 상급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뒤끝이 있더군요.
혹여나 많이 거슬리는 말을 했다면, 여러분은 그대로 그 팀에서 찍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그냥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상대는 당신의 말에 공감해주지 않는다 (답정너)
제가 처음 어리숙 할 때, 상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상사분이 서로 한 명씩 돌아가며 아쉬운 점을 말하자고 했습니다.
첫 주자였던 저는 이때
"사실 처음 들어온 이후, ~~ 등 계속 업무량이 늘어나서 많이 힘들어서 고민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너만 힘든 게 아니다. 우리도 다 같이 지금 힘들다'라고 말하시고, 결국 불평불만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허무했었죠 ㅋㅋㅋ
설령 상대가 나의 고민을 들어주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
제가 영업팀과 회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최대한 생산 스케줄을 당겨보려고 했으나, 해당 기업의 설비가 고장 나 도저히 영업팀이 요구하는 기일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영업팀 대리는 이러한 내용을 알면서도 저에게 어떻게든 되게 하라고 매일매일 난리를 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회식 기회가 있길래, 제가 다시 한번 기일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최대한 예의 바르고 자세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다행히 해당 대리님도, 잘 알겠다고 너도 참 고생이 많다며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은 조금 압박이 덜 들어오겠지'라는 상상을 가지고 다음날 출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시간이 되자마자 팀 전체가 다 들리게, 또다시 난리를 치더군요........
결국 회식에서 오간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술에 취해 아무렇지도 않게 &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녔습니다.
이때 저는 허무함과 동시에,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맞다고 다시 한번 느꼈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더욱 실망하고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4. 회식을 참가하지 않으면 당신은 이상한 사람
이러한 회식자리를 참가하지 않으려고 하면,
당신은 이기적이고, 팀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직간접적으로 불이익도 감수해야겠죠.
넵. 저는 이러한 회식이 싫어서 1~2번 정도 회식을 빠지려고 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은 '나도 회식이 싫은데, 너만 빠지시겠다'라는 마인드로
어차피 본인은 가야 하는 회식이니, '너 죽고, 나 죽자'는 물귀신 마인드로 참가를 강제하더군요.
저는 결국 순종적으로 회식을 참가했던 편이라, 불이익은 없었으나, 주위에서는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거의 모든 업무는 아마 최종적으로 팀장 혹은 상사분의 결재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연차에 대한 승인 결정권까지 팀장이 쥐고 있답니다.
하지만 팀장에게 찍히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한 연차 승인부터, 기존에는 승인해주던 간단한 업무들까지도 트집을 잡아데면서,
여러분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은 정말 수십가지일겁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일 결재를 맡아야 하는 팀장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겠죠?
에휴......
5. 심신이 지치는 회식
위와 같은 회식은, 당연히 흔히 말하는 '업무의 연장선'입니다.
업무를 연장하니, 심신은 더 피곤해지더군요.
저는 회사를 다니는 2년 반 동안 항상 막내였습니다.
(회사 내 다른 팀의 막내는 심지어 9~10년 차 과장이더군요)
회식을 1주일에 2~3번을 하다 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괴로웠습니다.
여러 가지를 나열해서 적어보면,
-업무 지장: 회식이 있으면 야근도 못합니다. 하던 업무를 스탑 하고 회식에 참가
-잦은 회식: 1주일에 2~3번
-코로나 따위 상관없다: 위에 적은 것처럼 코로나 따위가 회식을 막을 수는 없죠.
-메뉴 선정&예약: 은근히 어렵습니다. 메뉴를 선정해서 예약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고기 굽기&보조원: 처음부터 고기를 구워주는 음식점을 골라주시면 되는데, 거의 80%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건배사: 건배사를 시키는 분에 대비하여, 미리 건배사 문구를 생각해야 합니다
-3~4차 회식: 코로나 이전에는 12~1시에 회식이 끝나더군요.
-대리불러주기: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제가 해드리지 않으면 예의없다고 난리칩니다
-숙취: 숙취로 인해 잠도 깊게 못 잡고 아침에는 얼굴이 무너지는 느낌.
-집: 집에서는 또 왜 술을 먹었냐고 난리, 니가 주서 먹은 거 아니냐고 난리 (더 서럽더라고요)
-다음날 해장: 어제 야근도 못해서 일이 밀렸는데 해장까지 억지로 하러 가니, 일이 더더욱 밀려서 괴로움
저보다 술을 못 먹는데도 이러한 패턴을 수년간 반복한 선배들은 아예 병에 걸리더군요.
암에 걸리시는 분, 중풍이 오신 분, 이미 세상에 없는 분.....
마치며
위 사진의 두꺼비만 봐도 진짜 울컥울컥 합니다.
상사분들이 회사 근처에 진로 두꺼비가 그려진 광고판을 보고, 회식을 잡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휴.....
제가 다닌 기업은 매우 보수적인 회사긴 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열려있고, 자유로운 회식문화를 가진 회사에 발을 들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취준생 & 공무원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0) | 2022.01.10 |
---|---|
취준생 안내서 - 중소기업 취업 절대 비추천 (이직의 어려움) (0) | 2022.01.10 |
사기업 현실 - 나는 회사의 노예 & 시종 (0) | 2022.01.07 |
취준생 안내서 - 눈앞의 취업 말고 산업을 정하자 (0) | 2022.01.07 |
사기업 현실 (가족기업) (0) | 2022.01.06 |
사기업 퇴사 1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기업) (0) | 2022.01.06 |